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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침, 나는 친구를 한 명 만났습니다. 나는 내 친구로부터 Crabtree & Evelyn의 립밤 하나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나는 내 친구에게 이 선물을 받고 나보다 더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세계엔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친구가 나를 믿고 맡긴 이 선물을, 우리의 이야기처럼 내가 죽을 때 까지 내 방 책상 위에 놓아 두기로 했습니다. 나는 아마 내 친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 선물과 오래고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겁니다. 기쁘기도 하고 우울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선물도, 나와 내 입술을 늘 염려해 주는 것도, 모두 고맙습니다. 우리 언젠가 시간이 맞으면 맛있는 거 먹으러 香港에나 가요.


사진은 내가 받은 선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 친구의 가방인 Mulberry의 Ledbury 입니다. 내 친구가 저 가방을 내게 보여 준 연후로 나는 저 가방을 늘 탐내고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같은 가게의 좀 큰 가방인 Piccadilly를 to buy list에 올려 두고 있지요. 그나저나 나는 저 사진의 주인공이 '프레임에서 도망치는 내 친구의 손'이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누가 봐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것 같아서 그런 주장은 그만두기로 하겠습니다.




miaan   07/03/12 18:05  
*
한국이란 나라와 그 外界를 연결하는 貿易이라는 게 내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내가 쓰는 향수들은 한국의 소매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나는 보통 홍콩이나 싱가폴, 혹은 유럽 등지의 가게에서 향수를 공수합니다. 올 초, 항공사들이 가연/휘발성 액체들의 항공 배송을 금지시켜 한동안 나는 지금 쓰는 향수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예전에 몇 번 거래한 일이 있었던 한 dealer가 얼마 전 내게 보낸 메일에는: 돈은 좀 들지만 어쨌든 향수를 배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슬슬 향수가 떨어질 때도 됐을텐데 주문하면 우선적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방금 20cL의 향수를 주문했습니다. 이제 또 한 해는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gming   07/03/12 18:19  
제목만 보고, 사진과 연결시키고, '어!?.. 어!?' 했답니다..
글을 읽고서야.. '아~아~'했네요 :-)
저는 향수를 쓰지 않는데.. 종종 좋은 향이 나는 분이 스쳐지나가면.. 쓰고 싶어요. 조금씩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어떤게 좋으려나아~ 생각해봐요 ㅎ)
(par)Terre   07/03/13 11:21  
예전엔 다비도프를, 얼마전엔 폴로를, 지금은 (너무 안써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향수를 쓰고 있습니다.
향수를 쓰게 된 계기도 웃기지만, 향수를 쓰지 않은 계기도 좀 뭣해요 ^^
(아침 지하철에서 다양한 종류의 향수가 혼합되어 코를 자극하는게 너무 싫었고, 내가 향수를 뿌리면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 라는 생각에 향수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향기는 아침에 머릴 감고 나왔을 때 은은히 풍기는 비누냄새? 랄까요? ^^
rudeness   07/03/13 13:58  
선물이 뭔지 궁금한데요. 허허. 아무생각없이 Mulberry의 링크를 따라서 가방을 몇개 구경해 봤지만 가격이 상당하군요. 역시 '맘에 드는 건 다 비싸'라는 법칙이 통용되는 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향수는 LANVIN homme 랍니다. 친구는 아저씨 브랜드라며 놀린적도 있지만 뭐 기호의 차이니까요. 사실 좋아하긴해도 사용해본지가 꽤 됐네요. 집에 가지고 있던것도 다 떨어졌을거에요. ^^
weed   07/03/13 21:18  
저는 향수라는 물건을 올해 3월에 들어서야 처음 써보게 되었습니다만은, 비교적 마음에 들어하고 있습니다. 다만 집에서 나올 때에 향수를 뿌리면,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날때 쯤엔 향기가 거의 날아가 있다는 점은 약간 불만이에요. 왜 남성용 향수는 거의 다 eau de toilette인걸까요? :-( (물론 적당한 eau de perfum이 있다 한들 비싸서 감히 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요.)
pooh1   07/03/13 23:59  
얼마 전에 말했듯, 나도 향에 제법 예민한 편이거든.
좋은 향이 나는, 은은하게 멀리 퍼지면서도, 오래도록 지속되는 향수를 나도 즐겨 쓰지. 내가 좋아 하는 향은, 뭐랄까 좀 지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향? 과일향, 꽃향 어쩌구 저쩌구 향에 대한 설명은 많지만, 대표적으로 랑콤의 미라클인가? 여튼, 그런 향은 멀미를 일으킨다고-
남자들이 쓰는 향수는,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한정적이지. 지하철이나, 버스나 또는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인 향을 풍기는걸 보면, 남자들의 기호가 뻔한가 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은 나처럼 향에 민감해 주길 바래. 이번에 다녀 오면서 아빠 향수도 내가 바꿔 줬다고- ㅎㅎ
맘에 들어!!!
eun   07/03/17 09:22  
어찌어찌하다보니 이번주 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오늘은 정말 고개를 가누고 있기도 힘들만큼 잠이 오고, 언제 퇴근할지 모르는 토요일 근무는 너무 힘들어요. 아침부터 잠투정. 으하하!!
miaan   07/03/18 12:05  
/gming님.
향수를 고르시고 뿌리시게 된다면 어떤 걸 고르셨는지 꼭 알려주세요. 전 gming님의 얼굴을 알고 있고, 어떤 카메라를 쓰시는지도 알고 있긴 합니다만 합정동의 그곳에서 gming님을 알아뵈려면 아무래도 좀 더 단서가 필요합니다 :-)
miaan   07/03/18 12:05  
/(par)Terre님.
제 체취 탓인지 아니면 자주 입는 옷들의 직물 탓인지는 몰라도, 전 거의 모든 방향족 탄소화합물들의 냄새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흡수하거나 상쇄시켜 버리는 화학적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이건 제 후각세포가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잠깐 썼었던 Bvlgari의 Eau Parfumee같은 경우, 애초에 향수의 부향률도 낮고 지속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제가 뿌리고 15분만 지나면 많은 향들이 어딘가로 사라지더군요. 제 친구들은 제가 무슨 향수를 뿌리든 제 옷에서 나는 가벼운 殘香을 좋아하긴 합니다만(하긴, 다들 제가 향수를 뿌렸다는 사실을 알아주긴 하는 걸 보면 香이라는 게 남기는 남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비싼 돈 주고 산 향수를 남들만큼 쓰지 못한다는 건 좀 억울한 일이기도 합니다.
miaan   07/03/18 12:05  
/rudeness님.
선물이 뭔지는 비밀입니다. 평생토록 나만 알고 있을 겁니다 :-9


Mulberry의 가방들은 정말 상당히 비쌉니다. 내가 늘 지니고 다니는 서류와 책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가방은 보통 7백 파운드가 넘어요. 영국에서 7백 파운드에 팔리는 가방이 한국에 들어오면 대략 2백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 됩니다. 아, 지겹고 짜증나는 貿易. 나는 분명히 pack-a-holic이긴 하지만 역시 가방 한 개에 2백만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건 약간 고민이 되는군요. 내 친구와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 나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서류가방에 만족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늘 밤에 만나는군요. 거의 석 달 만인가? 있다가 봅시다.
miaan   07/03/18 12:05  
/weed님.
남성용 향수 중에서도 부향률이 높은 제품들이 있긴 합니다만, 저는 안타깝게도 그런 향들과는 잘 맞지 않아서 .. 공병에 향수를 덜어 담아 가지고 다니는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헌데 개인적으로는 향수라는 건 아침에 씻고 나서 바로 뿌리지 않으면 향이 좀 거북스러워 잘 쓰지는 않게 되더군요. 어쨌든 아침에 잠깐 좋은 기분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제 친구들이 제게 남은 殘香을 생각보다 좋아해 주는 것 만으로도 향수를 뿌리는 건 소모되는 시간이나 비용에 비해 꽤 괜찮은 작업 같다고 생각합니다 :-)
miaan   07/03/18 12:06  
/pooh1님.
지금은 내게 향수를 선물할만한 사람이 없지만 난 예전에 무슨 날만 되면 내게 향수를 쥐어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거나 그 취향을 무시한다면 향수는 책에 이어 세상에서 두 번째로 폭력적인 선물이라고 나는 감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역시 책에 비견할 바는 아닙니다). 나는 1991년부터 2000년 까지의 10년간 약 4리터에 달하는 향수를 선물받았는데, 그 향수들 중의 태반은 버려지거나 내 방에 있는 칙칙한 누런 상자 안에 담겨진 채로 썩어 버렸답니다. 얼마 전 그 컬렉션 중의 하나를 꺼내 향을 맡아 봤는데 십만 마일쯤 달린 엔진오일과 싸구려 보드카를 섞은 바퀴약 냄새가 나더군요. 정말이지 끔찍했어요.


네가 내 냄새를 맡아 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연필 냄새가 진하게 나는 향수를 씁니다. 나중에 내가 이 향수에 질리고 난 다음에 쓸 향수는 네가 골라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물은 한 번도 폭력이었던 적 없었잖아요. 향수는 이름만 알려 줘도 됩니다 :-)


참, C&E의 cuticle therapy cream, 오늘 사러 갈 거에요!
miaan   07/03/18 12:06  
/eun님.
지금은 일요일 정오쯤 된 것 같은데 eun님은 아직 자고 있겠군요. 주중에 못 잔 것 까지 다 몰아서 자도록 해요. 난 이제 슬슬 씻고 일을 하러 나갈 겁니다. 오늘은 여기 저기 들러야 할 곳도 많고, 밤에는 친구도 만나야 해요. 대신 나는 내일 쉴 수 있으니까 불평은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eun님은 오늘 잘 쉬시고, 내일부터 시작될 한 주도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
gming   07/03/20 09:52  
miaan님, 어떻게 제 얼굴을 아실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전에 제 블로그에 올렸었나.. 아니면 제가 그린 작은 캐릭터들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일까- 해도 모르겠습니다. miaan님께서도 합정동의 그 곳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익숙해져서 좋습니다만.. 저도 그 곳에서 miaan님을 알아볼수 있으면 좋을텐데 저는 단서가 거의 없군요. (제게도 단서를 주세요)
아, 그리고 혹 저와 어울릴거 같은 향수가 문득(~) 생각나시면 알려주세요.저는 향수는 너무 모른답니다~ :-)
miaan   07/03/24 04:37  
/gming님.
본의아니게 gming님을 불안에 빠지게 해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이제 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실은 제가 예전에 컴퓨터용 주변기기 제조업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단기 작업을 같이 할 때, 저는 gming님과 일을 같이 할 뻔한 적이 있었답니다(전 그 당시 이 블로그를 아직 열지 않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gming님께서 회사 위치를 이야기 해 주신 일이 있어 문득 기억이 나 예전의 서류들을 뒤져보았지요. .. 그러다 우연히, gming님의 얼굴을 뵙게 되었답니다. 부디 실례가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허락도 없이 얼굴을 뵙게 된 점에 대한 사죄로, 저도 단서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전 여름에는 Hermes의 Eau d'Orange Verte를 사용한답니다. 제가 알기로 이 향수는 한국에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만, 어쨌든 이 나라에서는 그렇게 흔한 향이 아닙니다. 아마 충분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
향수를 추천하는 일은 책을 추천하는 일 다음으로 쉽게 폭력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사실 전 향수를 추천하는 일이 너무 무서워요. 사실 어떤 향수가 어울리실까 하고 잠깐 생각을 해 봤지만 역시 그런 리스트를 이런 곳에 올려 두는 건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저보다는 gming님을 훨씬 잘 알고 계실 다른 분께 부탁드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
gming   07/03/26 22:34  
아. 아. 어. 어.;ㅁ; 어떤 일이였을까. 어떤 회사였을까 궁금하군요;; 음 맞다면 제가 회사에 입사한 시점과. miaan님의 블로그를 알게 된 시점을 겹쳐서. 생각해보면..흠흠 .... 그래도 제가 단서를 잡는 거는 어렵겠네요..;;

miaan님의 단서.. ..충분한 단서가 아닌거 같사옵니다.. 어렵사옵니다!!

*
저의 일부분만 알고 계시는 분이 뭔가 추천해주시거나, 떠올려주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해요. miaan님의 추천은 폭력이 되지 않을테니 괜찮다생각합니다~ 나중에 살짝쿵~ 넌지시~ 알려주셔도 좋을거같은데요! (더불어 단서도 함께..)
miaan   07/03/29 22:59  
/gming님.
향수에 관해서는 좀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무슨 단서를 더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름이나 얼굴 같은 극단적인 단서들은 이 놀이를 재미없게 만들지도 모르고, 전 아직 이런 곳에 제 이름이나 얼굴을 밝힐 생각이 없거든요 :-) 아, 이런 단서는 어떨까요? 제 주머니에는 '조아안마시술소'라고 적혀 있는 라이터가 들어 있답니다. 역삼역 근방의 식당에서 받은 건데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이 제발 그 라이터좀 버리라고 성화를 부리긴 하지만 이 라이터는 공짜로 나눠 주는 라이터 치고는 굉장히 기능적이고 ergonomic한 모양을 하고 있어 버리기가 아까워요. 제가 담배를 피우는 양에 비추어 보면 전 아마 이 라이터를 서너 주 더 가지고 다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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