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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저녁에 비


1.
한국은 아직도 미네르바란 사람 outside link 때문에 시끄럽군요. 미네르바란 사람이 공업고등학교 졸업에 전문대학 출신이라고 세상이 들썩였던 게 내가 아는 마지막 소식인데 오늘 신문을 보니 신동아 outside link가 미네르바는 7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온 모양입니다. 지금 미네르바로서 체포된 박아무개씨의 진위 여부는 둘째치고서라도, 난 이쯤 되면 영화라도 한 편 찍자는 소리가 아닌지 생각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그러고보니 내가 그다지 학력이 높지 않고 학벌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 직업이 나름대로 경제계, 금융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인지 그동안 나는 체포된 박씨가 미네르바가 맞을까요?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공식적으로 나는 그가 미네르바일 확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학력과 학벌의 문제를 떠나서 금융업계에서 경험이 없는 백수인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FX 시장은 세상에서 가장 골때리는 시장 중의 하나거든요. 하지만 또 모르죠 뭐. 세상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까요. 내가 늘 이야기하듯이 인터넷은 아주 좋은 백과사전이고 가끔은 백과사전 이상의 일들을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쿠키 냄새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든가 .. 내가 알기로 쿠키 냄새가 나는 백과사전은 없습니다. 정말 쿠키를 먹다가 떨어뜨렸다면 또 모를까.


2.
지금의 한국 경제가 어렵다는 건 굳이 미네르바가 아니라도, 금융기관, 정부기관 종사자나 대학교수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일단 국내 CPI가 엄청나게 상승했고, 환율 덕분에 수입품들의 가격도 미친듯이 뛰어올랐으니까. 실직자도 많아지고, 직장인들이 사제꼈던 중국 펀드도 주식도, 부동산 가격도 박살이 났죠. 내가 사는 동네도 집값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는데, 덕택에 내 집의 가격도 30% 정도가 떨어졌습니다. 아 아까워 .. 수출과 가계소비도 계속적인 감소세를 보일 겁니다. 그나저나, 중국이나 대만, 동남아시아에는 KTV outside link라고 하는, 한국의 노래방 비슷한 가게가 있는데 여기선 술도 팔고, 나아가서 성매매가 아주 공공연하게 일어납니다. 이런 곳에서 성판매 여성들과 하룻밤을 두고 거래를 하려면 이 동네를 기준으로 하룻밤에 삼천 위안은 든다고 하네요. 난 이 도시에 온지 사흘만에 하룻밤에 수천 위안씩을 업소의 성판매 여성들에게 던지는 한국인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들은 골프 여행을 왔다고 하더군요. 하긴 뭐 1997, 1998년에도 어떤 사람들은 돈을 뿌리며 놀았죠. 그들의 개인적인 선호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근데 그러면 한국 경제는 더더욱 엉망이 되지 않나요? 안 그래도 중국 동해안에선 한국 사업가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회사를 말아먹은 채 한국으로 도망친다고 하고, 뉴스에선 대중국 무역수지가 어쨌네 저쨌네 하는 마당에 말입니다.


3.
그건 그렇고, 어젯밤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 나오는 꿈을 꾸었습니다.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 지금까지 다시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보려고 애썼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꿈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히비스커스tropical hibiscus outside link가 아주 많은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한 섬의 해변가에서였죠. 상어랑 놀다가 만났어요. 다음날, 우리는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딸린 수영장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그녀는 다음 날 이사를 간다고 했죠. 난 그녀에게 이사는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동네 아주머니들의 훼방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제기동에서 지난번에 사 온 김이 아주 맛있었다는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잠에서 일어나 보니 나는 난방이 전혀 안 되는 상하이의 아파트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꿈인가 하고 생각한 지금 시각은 오전 여덟 시 반입니다.


4.
그리고 지금은 오후 일곱 시입니다. 날이 춥고 해서 좀 일찍 들어왔어요. 어젯밤 꿈의 기억은 아침보다 훨씬 흐려졌고요. 이따가 난 요 근처의 술집에 갈 예정입니다. 렌민광장人民广场 근처의 한 가게에서는 오리털 제품 축제down product festival가 한창이던데 거기서 재킷이라도 한 벌 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춥다길래 대충 입고 왔다가 낭패를 보고 있습니다.


5.
황포강의 서쪽에서 동방명주Oriental Pearl TV Tower outside link진 마오 빌딩Jin Mao Bldg. outside link이 있는 푸둥浦東 outside link쪽을 바라보면 남쪽의 한 빌딩에 조그맣게 미래애셋Mirae Asset outside link의 현판이 보입니다. 아래의 사진에서 사진 찍는 청년의 머리보다 높게 올라와 있는 빌딩 중 오른쪽에서 두 번째 빌딩이에요. 맨 오른쪽에 있는 빌딩은 밤만 되면 정신없게 빛나는 오로라Aurora outside link의 빌딩이죠.




중국, 펀드, 파생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사실 이런 주제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할 말이 많지만(이 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내가 조금씩 아껴둔 겁니다) 여기에서는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무슨 소리를 해도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07년 초부터, 나는 여기에서 실명을 밝히긴 좀 그런 한 교수와 같은 입장에 서서 입을 열었고 어떤 업계의 사람들로부터 돌을 많이 맞았습니다. 돌을 더 맞으면 좀 아플 겁니다. 어쨌든 이곳이 강 하구의 고운 모래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5. 1.
(여기엔 뭘 써 볼까 하다가 체포될까봐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6.
오늘도 양꼬치입니다. 小異를 버리고 양꼬치로 大同團結. 저 꼬치들 다 내꺼예요.







euning   09/03/30 03:37  
나 이따 점심에 닭가슴살 넣은 카레 해먹을거예요. :D
miaan   09/03/30 15:09  
/eun님.
그때 그 닭가슴살? 아직도 다 못 먹었나요? :-0
rudeness   09/03/31 13:23  
글을 적으시고 나서 두달이 지난 요즘, 여전히 환율과 경제는 제멋대로 요동치고 있어 걱정이에요. 중간중간 일전에 맥주캔과 함께 대화를 나눌때 들었던 이야기가 보이니 반갑군요. 늘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 친분이 있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에요. 아, 카드지갑 잘 찾았어요. 고마워요. ^^;
weed   09/03/31 17:09  
왠지 이 글이 검색되기 시작하면 정부의 검은 손길보다도 투자자문(이라고 쓰고 신탁이라고 읽습니다만)을 구하는 댓글들이 빗발칠거라고 생각하면 기우일까요? 하기야 저는 미안님의 포스팅을 이전부터 봐왔기에 미안님의 임팩트(?)가 그 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딸랑 이 글만 놓고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 여튼 저는 그런 유혹을 느끼네요. 제가 투자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물어봤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제가 정말로 궁금한건 그보다 익명으로 남겨두신 교수의 이름과 돌과 체포가 두려워 비워두신 나머지 이야기들인데...... 아무래도 그쪽은 제 동네(그런게 있는지는 저도 가끔 헷갈리지만)와도 관계가 깊을 듯 싶습니다. 정말 궁금해요. 하하. 여튼 미네르바는... 그렇군요.

어쨌거나 저는 지금 제 신분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제일 멀리 와있습니다. 제주도에요. 저번에 왔을때는 하루에 37km인가 정도를 내리 걸었지만 오늘은 그렇게는 못하겠고... 일단 서귀포 시내에서 방을 구하고 있는 중이에요. 생각해뒀던 숙소가 방이 다 차버린 덕분에. 대체 서귀포 시내의 여관방이 화요일 저녁부터 방이 다 차게 만들어버린 원인은 무엇일까요?
cancel   09/04/02 12:29  
꿈에서 만났던, 처음 보지만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이 깨고 나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의 경우와 제 경우, 그리고 이제 미안님의 경우까지 추가한다면 제가 본 게 모두 세 경우가 되는군요. 일반화할 수 있으려면 표본을 얼마나 확보해야 할까요?
dyong   09/04/05 02:44  
대체 1월 17일~19일 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요?????????
제 추측으로는 내용과 제목이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dyong   09/04/08 21:31  
다시보니 약간 잘못 이해한 것이.. 허허

요새는 어떻게 지내시나요ㅎㅎ
지밍밍   09/04/15 22:52  
뭐랄까! 제게 요 시기는 소원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시기인가봐요.
그리고, 미안님의 꿈얘기에.. 왜..(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벼랑위의포뇨’에 나온 포뇨의 어마마마가 생각나는건지,
죄송스럽답니다.


여하튼! 너므너므 반갑습니다!!
Never   09/04/22 01:41  
한국에서는 20일날 미네르바가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답니다. 물론 아직 재판이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미네르바가 풀려난 후 인터넷 토론회를 했는데 거기서 질문에 대해 동문서답을 했다더군요...예상도 하나 둘 빗나가는게 생기는거 같구요. 제 생각도 지금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 씨는 이슈가 됐던 글귀를 쓴 미네르바가 아닌 제2의 미네르바? 인거 같아요. 그럼 그 글귀를 쓴 미네르바는 어디로 갔을까요. 궁금하네요 ㅠㅠ 저에겐 miaan님 이래로 오랜만에 흥미로운 글귀를 쓴 사람이였는데 말이죠 ㅋㅋㅋ
hardy   09/05/16 08:15  
ok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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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흐림. 밤에 비


1.
오늘 나의 아침식사는 조미된 돼지고기 육포seasoned pork jerky가 잔뜩 올라간 뻣뻣한 크로와상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빵집Boulangerie Française이란 이름을 가진 빵집의 점원은 불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어쩄든 한 입 먹을 때마다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지고 맥주 없이 이런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걸까 하는 비참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두어 개 먹으니 배는 불렀습니다. 딴 거 먹을걸. 내일은 폴Paul outside link에서 빵을 사 먹어야겠습니다. 비싸긴 하겠지만 적어도 거기선 채썬 육포를 올린 크로와상은 팔지 않을테니까.


1. 1.
한국에서도 폴의 빵들을 먹을 수 있는 모양이에요. 난 지난해 시월, 십일월쯤 폴의 한국법인이 채용광고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찾아보니까 여의도에 있는 매리어트 레지던스 outside link 1층에 매장이 있대요. 지금 난 한국 폴이 다음Daum에 만들어 둔 블로그 outside link를 보고 있는데 .. 난 저런 식의 기념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참 이상해집니다. 파리Paris에서 저런 플라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는 건 당사자들에게도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닐텐데 왜 저런 사진들을 찍는 걸까요? 뭐 어쨌거나, 만일 한국 폴의 빵들이 내가 프랑스에서 먹은 폴의 빵들과 완전히 같은 맛을 낸다면 이 빵집은 그럭저럭 추천할 만한 빵집이 될 겁니다. 그만큼(혹은 그보다 더) 비싸긴 하겠습니다만 :-/


근데 이 글을 트랙백으로 저 블로그의 글에 엮으면 저 블로그를 담당하는 직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요즘엔 소비자를 상대하는 회사라면 임원들이나 주주들처럼 뒷짐만 지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도 웹 마케팅에 어찌나 관심을 쏟는지 F5 키에 동전을 끼워 사이트를 하루 종일 리프레쉬하며 지켜본다고 해요. 아마 저 블로그도 예외가 아니겠죠. 내가 트랙백 핑을 쏘면 저쪽에선 재밌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난 겁쟁이고 다른 사람의 미움을 사는 건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므로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2.
나는 오늘 오후에 렌민광장人民广场에 있는 스타벅스Starbucks outside link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톨 사이즈의 카페 모카Cafe Mocha를 마셨고 나는 벤티 사이즈의 드립 커피Coffee of the Week를 마셨어요. 가격은 각각 RMB28,-과 RMB21,-이었습니다. 예전에 내가 중국에 왔을 때 RMB1,-은 120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백 원이 넘어요. 지금 여기서 벤티 사이즈의 라테를 마시면 6천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는 어처구니 없는 고가격 정책으로 비난을 받지만, 지금은 환율 탓인지 .. 중국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훨씬 쌀 정도예요. 하긴, 유럽의 스타벅스에서 라테 한 잔은 보통 3,5-4 유로 정도죠. 4유로면 지금은 7천원이 넘는 돈입니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자산의 큰 부분이 외화인 나 같은 사람도 벌벌 떨면서 마셔야 하는 가격이에요. 아래의 사진은 렌민광장 앞 스타벅스의 테라스 자리를 청소하는 점원(의 허리께).




3.
숨을 쉴 때마다 어젯밤에 먹은 양고기 꼬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는 책방에 들렀다가 내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렌민광장에서 내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커피빈CBTL outside link도 있고 콜드스톤Coldstone outside link도 있고 뭐 없는 게 없습니다. 이 도시는 서울보다 훨씬 생활수준이 높죠. 부동산 가격도 수준이 아주 높습니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아파트의 평방미터당 시세는 RMB80.000,-라고 합니다. 서른 세 평 짜리 아파트라면 십육억 원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푸둥浦東 outside link의 강변에 있는 아파트들은 훨씬 더 상황이 나빠서 한국 돈으로 삼십 억 정도는 있어야 내 짐들을 다 쌓아놓을 수 있을 만큼 큰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4.
이따가 양꼬치 사러 가야겠어요. 어젯밤 내 방 근처에서 맛있는 양꼬치를 파는 노점을 찾았거든요. 오늘도 한 백 개 사 먹어야지 .. 정말이지 먹다가 죽어버릴 정도로 맛있는 그 양꼬치는 한 개에 RMB2,-입니다. 이 동네엔 산토리Suntory outside link의 맥주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역시 난 칭다오Tsingtao outside link가 좋군요. 최근에 이 맥주의 라이트 버전과 드라프트 버전이 출시된 모양인데 .. 다소 어거지를 부린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양꼬치와도 굉장한 조화를 이루는 맥주입니다. 하얼빈Harbin outside link이나 립REEB outside link도 재밌는 맥주들이죠. 환율이 이래도 이 맥주들은 한 병에 천 원 정도입니다.


5.
이제 양꼬치를 사 왔습니다. 백 개는 역시 배가 불러서 무리일 것 같고 이것저것 섞어 사십 개 정도를 사 왔어요. 나 혼자 먹을 건 아니고 친구랑 먹을 거에요. 이제 그만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이 꼬치들이 식어버리는 속도는 정말 엄청나고 꼬치 요리들은 식으면 맛이 없습니다.


6.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TV 방송을 보다가 심심해서) 티쏘Tissot outside link는 참 재밌는 회사입니다. 엄청난 고급 시계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삼십 달러 정도에 살 수 있는 쿼츠 시계를 만드는 것도 아니죠. 무브먼트는 직접 만드나 .. 그것도 아니군요. ETA SA outside link의 무브먼트를 쓰네요. 난 이런 회사의 시계들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는지 정말 궁금해요. 어쨌거나 아래의 사진은 내 방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있는 티쏘의 간판입니다. 저 간판의 여성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난 참 부담스러워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홍차가좋아요   09/02/27 02:47  
우와, 혹시나 오타가 있을까해서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자려고 했는데 새 글이 올라왔네요! 그런데 저 여자 이쁜걸요 :'-0
cancel   09/02/27 13:02  
제목에 쓰여 있는 날짜는 음력인가요? 다시금 이 블로그에서, 언제나처럼 바로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듯한 미안님의 새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갑네요. :)
euning   09/02/28 03:37  
세상에나... 모처럼 이른 시간에 곤하게 자보고싶어 어제, 오늘 맥주를 마셨어요. 어젠 효과가 있더니 오늘은 5시간도 채 못가고 사라졌네요. 보통 이 시간을 전후해서 잠들었는데 깨어나버리니 이것저것 눈에도 안 들어오고 잠도 안오고 그러네요. 3번째 캔을 땄어야했는데...
참, 부산에서 찾은 양꼬치 집이 miaan님이 가르쳐줬던 신림집보다 맛 없었다고 내가 말했던가요? 신발밑창도 씹어 먹는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한번 베어 물더니 왜 이런델 데려왔냐고 징징거려서 그 뒤론 가보질 않았어요. 사실 그정도로 나쁘진 않았는데 말이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맛 있었던거 같기도 하고... 몸은 아직 건장한데 머리 속은 이제 아닌가봐요; 긴가민가하네;;
rudeness   09/03/01 03:22  
여행의 향기가 묻어나는 흔적을 보고 있노라니, 어딘가 도망가고 싶어지는 새벽입니다. 여전히 반갑고 즐거워요 miaan님의 포스트는... ^^;
suntory의 맥주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는 사실은 꽤나 놀랍군요.
雨翁   09/03/04 17:57  
정말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가끔 와서 기웃거리기는 했더랬는데,
miaan님께서 긴 여행을 떠나셨던 게 한 가지 이유이고,
또 한 가지는 제 자신이 너무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었기 때문에,
그동안 간단한 인사를 쓸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전혀 궁금해하시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간략하게 공백 기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① 07년 여름, 저는 급성 간염에 걸렸습니다. 회사를 휴직하고, 약 1개월간 입원 생활을 했더랬지요.
② 한국에서 입원 생활을 하던 도중, 사귀던 친구가 임신했던 사실을 알고
③ 07년 11월, 이미 몸이 무거워진 친구를 생각해서 양가 가족들만 모시고, 이쪽에서 간략하게 식을 올렸습니다.
④ 08년 03월, 건강한 딸아이가 태어났고, 요즘은 머리맡에 기어와서 제 다리베개를 하는 묘기까지 보여주는데...
⑤ 이번엔 회사가 좀 힘들어졌습니다. 원래 몸 담고 있는 회사가 불황과 맞물려 거의 도산할 지경에 이르렀고
⑥ 차제에 후배와 작은 회사를 차려서, 그 유명한 '처자식 먹여살리기'를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2개월째로군요 :-|

...
쓰고 보니 몇 줄 안되는데, 저 한 줄 한 줄에 참 여러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얽혀있더랬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고 하니...
한 번만 봐 주시고 아는 척 해 주세요.
miaan   09/03/30 01:43  
/홍차가좋아요님.
제가 '그런 셔츠'를 보면서 느끼는 건 사실 셔츠의 질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가끔은 값싼 원단으로 대충 만든 셔츠를 입어야 할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엔 그런 셔츠들이 구세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질이야 어찌되었든 하얀 셔츠들을 파는 곳이 遍在하는 건 제겐 좋은 소식입니다.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전 뭐가 묻은 셔츠를 입고 있는 걸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가 선물받은 셔츠를 컬러에 아주 짙고 굵은 스티치 무늬가 들어있고 가슴팍의 호주머니에 플랩이 달린 디자인의 하늘색 셔츠입니다. 전 절 매일같이 보는 사람이 이런 셔츠를 제게 선물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셔츠들은 딱 한 장을 제외하면 모두가 밝은 무채색에 무늬도 전혀 없고, 전 제 일자리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셔츠를 입기에 나는 너무 회의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거든요. 게다가 주머니에 플랩이 달려 있으면 제가 늘 포켓에 꼽고 다니는 볼펜은 갈 곳을 잃습니다. 다음에 이 셔츠를 제게 준 사람을 만나면 이게 혹 짓궂은 장난이 아닌지 물


(쓰다가 쓰러져 버렸습니다 - 계속)


어봐야겠습니다.


기운을 내라는 말씀을 드린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난번 비밀리에 말씀드렸던 제 일에 관련된 사람들이 최근 이야기하는 것처럼 요즘 제 예측과 추측, 그리고 찍기 실력이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요즘 홍차가좋아요님께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 지난 말씀을 남겨주신 이후로 또 한 달이 지났고 서울은 경칩을 지내 거의 봄 날씨에 가까운 날씨가 찾아왔다가 지금은 꽃샘추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북반구는 다소간의 출렁임은 보여도 어쨌든 계속해서 더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


말씀 중에 나오는 토끼가 나오는 만화는 아마 '당근 있어요?'(원제: 'ぴくぴく仙太郞', 布浦翼; 1993-2001)가 아닌가 싶고, 아기가 나오는 만화는 '아기와 나'(원제: '赤ちゃんと僕', 羅川?里茂; 1991-97)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만화책 참 많이 봤어요. 지금은 만화책이 보고 싶어도 집 근처에 있던 만화방들은 거의 망해버렸고 멀리 있는 만화방엘 가자니 시간이 없는데다 서점에서 만화책을 사려고 해도 그닥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가 없어 그냥 집에 있는 만화책들만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전 지금 아주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의 제 기분은 .. 마치 캘커타 한복판에서 사람들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된 롤스로이스 안에서 이청준의 소설을 삼십 분 만에 읽고 감상을 적어내라는 숙제를 받아 든 것 같아요. 요즘은 제게도 기운이 필요합니다. 변덕이 심한 이곳의 날씨도 그렇고 제가 하고 있는 일들도 절 아주 귀찮고 힘빠지게 합니다. 아, 방금도 한 계약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이 계약에 연관된 네 사람이 서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덧글에서의 다음 주는 삼월이었지만, 이번 덧글의 다음 주는 벌써 사월이네요. 다음달에 전 싱가폴에 가야 할지도 모르고 다시 상하이에 가야 될지도 모르고 .. 저도 이제 제 일들이 어떻게 어디로 튈지 모르겠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불이 완전히 꺼진 방에서 메스꺼운 프랑스나 이탈리아 음식을 뱃속에 넣지 않은 채로 아침에 일어날 생각을 안 하고 자고 싶어요. 비록, 불행하게도, 전 내일도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야 하지만 홍차가좋아요님께서는 편안한 밤 보내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 요즘 코인로커 방법에 대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
miaan   09/03/30 01:43  
/cancel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저도 예전에 도미노에 관한 글에 남겨주신 cancel님의 殺人寸鐵과도 같은 덧글들을 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반가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더 자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벌써 지난 업데이트로부터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군요 :-(


제목의 날짜들은, 물론, 양력 날짜들이에요. 전 지난 1월 중순부터 월말까지 중국에 있었고 또 다른 동네에 갔다가 다시 다른 동네에 갔다가 그곳도 아닌 동네에 있다가 지금은 또 다른 묘한 동네에 있습니다. 이곳은 아주 지루해요. 제가 지금까지 한 달 이상의 긴 시간을 보낸 지역 중에서 이렇게 특색없는 동네도 찾기 힘들 겁니다. 얼마 전 절 만나러 이곳에 왔던 친구는 이곳이 아주 좋은 곳이라고 연신 감탄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이곳의 술과 술안주가 값싸고 맛있기 때문일 겁니다. 네, 이곳은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혀 장점이 없는 동네는 아니랍니다 :-)
miaan   09/03/30 01:43  
/euning님.
술로 잠을 만드는 건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전에 술을 한 잔씩 하곤 하지요. 나도 가끔 마시곤 합니다. 근데 자려고 (한국의)맥주를 마시는 건,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별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난 euning님의 수용주량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위스키나 브랜디를 마셔봐요.
miaan   09/03/30 01:43  
/rudeness님.
산토리suntory 얘기를 좀 길게 써볼까 했는데 그 얘기는 요즘 하고 있는 연구와 맞물린 데가 많아서 공개된 곳에 적기는 좀 그렇습니다. 일단 사람들과 상의를 좀 해 본 뒤에 .. 그나저나 카드지갑은 찾았어요?
miaan   09/03/30 01:43  
/雨翁님.
3년 전, 이 블로그에서 저는 '너희들 중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John 8:7)는 말이 정말 정말 위험한 주장일 뿐 아니라 그 말이 종교 경전이라는 틀을 벗어나 혼자 돌아다닐 땐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슬로건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전 雨翁님을 용서하고 말고 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블로그의 주인인 저도 한 해도 넘게 생사도 알리지 않고 블로그를 방치하지 않았겠습니까 .. 그런 제 블로그에 다시금 찾아와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2007년 가을부터 2009년 봄까지, 전 한 방향으로만 갔다면 지구를 여러 번 돌았을 만큼(저도 이제 암산이 좀 힘들어질 나이인가봅니다. 어쩌면 수십 번일지도 모르겠어요) 긴 거리를 비행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 비행 중 대부분의 핑계는 휴가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말씀처럼 서울의 제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있었고 지금도 비어있습니다. 조만간 돌아가긴 하곘지만요. 지구는 그렇게 큰 별이 아니긴 해도 제 발로 돌아다니긴 상당히 넓어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雨翁님의 덧글을 보기 전까진 제가 겪은 일들도 말이 안 될 정도로 극단적인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는데 .. 雨翁님이 겪으신 일들은 제 일들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가지의 걱정되는 일들과 몇 가지의 축하드릴 일들, 그 총합이 雨翁님께 기쁘고 행복한 방향이었기를 바랍니다.


시작하신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같아서는 어떤 사업이든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잖을까 적이 염려가 됩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금융위기랍시고 세상이 떠들썩하던 지난 반 년 보다 요 3주가 훨씬 힘든 것 같아요. 벌여놨던 일들 중 몇 개는 차라리 손대지 말 걸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을 할 정도로 박살이 났고 어떤 친구들은 일을 때려치우고 오픈엔드 티켓만 쥐고서는 산으로 바다로 가 버렸습니다.


예전에, 제 業이 뭐건 간에 嶪이지는 않기를 바라신다는 말씀을 적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요즘엔 특히나 그 말이 절실히 다가오는군요. 부디 雨翁님과 제 業이 嶪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본도 한국도 지금은 환절기입니다. 날씨를 알아보니 일교차가 아주 심각하네요. 건강에 특히 유념하시고, 또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雨翁   09/04/06 14:52  
/miaan님.
항상 느끼는 거지만, miaan님 글을 읽을 때면 아주 오래된 사진첩에서 좋아하는 사진을 꺼내든 느낌이 듭니다. 사실 전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왜 이런 연상 작용이 일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제 머리 속에 있는 miaan님의 이미지는,
① 빼빼마른, 까무잡잡한, 아주 해박한, 부채율 0%, 정말 예의바른 사업가
② 아주 똑똑한, 돈은 못 버는, 빚은 많은, 덩치는 남산만 한, 방사선과 의사
③ 매우 괴팍한, 알고 보면 참 착한, 회사원(해부학적으로는 여성)
이 세 지인의 이미지가 더해진 ☆◇한 모습입니다.


언젠가 예전에 발급해 주신 서울 커피 티켓을, 혹은 제가 발급한 도쿄 맥주 티켓을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아마도 이 재미있는 상상에도 종지부를 찍게 되겠지만, 이 상상이 그저 계속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시국에 시작한 일이다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괴롭기는 한데,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요. miaan님께도, 저에게도.


4월 26일, 서울에서, 한국 쪽 친지분들께 인사를 겸해서 간략한 식을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말이 결혼식이지, 제 성격이 워낙 허술해서 폐백도 주례도 없는, 그저 밥이나 한 끼 대접하고 축하한다는 말씀이나 들으려는 자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만서도. 저희 부부는 딸아이 손을 붙잡고 셋이서 입장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너무 기겁을 하는 게 한 가지, 그리고 딸아이가 아직 걷지를 못한다는 게 또 한 가지 고민거리입니다 :-|


이전에도 miaan님께 덧글을 달 때엔 시간이 제법 걸렸는데, 지금은 머리가 혼란스러운 탓인지 시간을 두어도 말끝이 정리가 안 되는 걸로 보아... 길게 쓰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일간 또 인사 올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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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흐림




여러분, 나는 지금 내가 지금까지 타 본 비행기 중에서 가장 협소한 좌석 구조를 지닌 비행기를 타고 중국China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에, 호주의 저가항공사인 버진블루Virgin Blue 퍼스Perth 시드니Sydney 를 왕복했을 때 이후로 이렇게 좁은 좌석의 민항기는, 세스나Cessna와 러시아, 남미의 작은 비행기들을 제외하고, 정말 처음이에요. 그래도 호주에선 비행기를 탄 사람이 별로 없어 팔걸이를 제끼고 좌석에 편히 누워 올 수도 있었는데, 지금 내 옆에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냄새가 나는 한 부부가 앉아있습니다. 나는 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사람들(이런 사람들을 '쩍벌남 '이라고 한다면서요?)을 경멸하지만, 비행기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 사람들은 경멸할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섭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내게는 서서 간다는 선택가능항이 존재하지만 지금처럼 좌석이 꽉 찬 비행기에서 옆 자리에 '쩍벌남'이 앉는 경우 난 도망칠 곳이 없죠. 지금 내 무릎과 그의 무릎 사이엔 정말 얇은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 한 부 밖에는 없습니다. 종이는 보온이나 단열에 쓸 수 있는 아주 좋은 재료이지만 이 경우엔 별로 효과가 좋질 않군요. 5분정도 지나자 내 무릎에 기분나쁜 온기가 전해져왔습니다.


지난번에 서울을 떠나 암스테르담Amsterdam 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나는 교통수단에서의 '옆자리 승객 운'이 별로 좋지 않은 편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그건 '.. 않은 편인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Kaatje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녀는 내 옆에 앉으면서 약속했던 것처럼 나를 물지bite 않았습니다) 난 그런 종류의 운에 있어서는 한 번도 만족해 본 일이 없고, 불만족의 수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합니다. 난 비행기(배, 버스, 뭐라도 좋아요)를 평생동안 엄청나게 많이 타 왔으니까요 .. 그건 그렇고, 어쨌든 나는 이제 45분 뒤면 중국에 도착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까 이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내 자리의 의자 위에 신을 신은 발로 올라가 흙발자국을 잔뜩 남겨놓고 내 뒤에 앉아 있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나쁘지만 어쨌거나 이제 몇 분 남지 않았어요. 한 20분 정도 지나면 승무원이 내게 다가와 컴퓨터를 끄라고 하겠죠. 컴퓨터를 끄고 나면 나는 곧 공항에 도착할테고 자기부상열차Maglev 를 타고 시내로 나가 멀리에, 요즘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는 동네가 보이는 아파트에 짐을 풀고 여기에서의 일을 시작할 겁니다. 물론 그 중에는 게를 먹는 일도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은 본격적인 게 철이 아니므로 그렇게 맛있는 게는 기대하기 좀 힘들지 않을까 싶군요. 어쨌거나 이제 나는 중국의 출입국신고서를 써야 합니다. 뭐 크게 쓸 건 없어도.


맞다. 컴퓨터를 끄기 전에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이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나는 체크인 카운터의 지상 승무원에게 가능하면 비상구 앞의 좌석을 얻을 수 있을까요?란 부탁을 했습니다. 내 간곡한 부탁에 대한 그녀의 응답은 '중국어 하세요?'란 말이었어요. 기내 승무원들의 영어(혹은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가 짧기 때문에, 중국어가 가능한 손님만을 비상구 앞 좌석에 앉힌다고 합니다. 중국계 항공사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에어차이나Air China 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 이 비행기는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 소속입니다. 덕분에 난 앞 좌석에 무릎이 닿아 몹시 아픈 어정쩡한 자리에 앉아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euning   09/02/13 03:52  
나는 이 글을 4번이나 읽고, 지금 또 다시 보고 있지만, 너무 엄.청. 아.주. 엄.청.나.게. 짧다고 느끼고 있어요.
조금 더 재미난 얘기를 해줘도 괜찮지않아요? 한국에 온지가 언젠데!! iㅁi
weed   09/02/14 00:47  
여기에 인사를 쓰는게 적절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게 제일 최근 글이니까요 :)

안 계신 동안에도 최소 한달에 한번쯤은 이 블로그를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세상에 댓글이 달리고 새 글이 두개씩이나 올라오고 난 다음에서야 돌아오신걸 확인하다니요. 왠지 아주아주 조금은 분한 기분마저 드네요. 하하.

뉴스를 키면 좋은 소식이라곤 찾기 힘든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간간히 들려오는 좋은 소식을 낙으로 삼고 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동안에 계급장은 두번이나 바뀌었고,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작게는 블로그 주소나 사용하는 브라우저 같은 소소한 것들부터 크게는 성격도 바뀐듯하고...(아, 제 친구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튼 군인치고는 여기저기 왠만한 민간인보다 더 많이 참견하고 살고 있지만, 군대는 군대인지라 가끔 (아니 사실은 조금 많이) 발목을 잡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네요. 지금도 여엉 이상한 competition에 휘말려서 고생중입니다...

분명히 얼굴 한번 뵌적 없는데도 항상 이 블로그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걸 보면 참 신기해요. 이런 넋두리를 미안님이 반기실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여튼, 돌아오신거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

p.s: 글쎄요, 사무실 컴퓨터로 이 블로그에 온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x표시를 본 적은 없었던거 같네요 :)
홍차가좋아요   09/02/14 01:21  
저 이 포스팅을 읽곤 왠지 재밌어져서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어요. '히말라야에 관한 그 내용'을 위한 비행이 저 날이었나요? :-)

전 지금 2가지 사항을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짧게 여러번이냐, 길게 한 번이냐. 그런데 방금, 긴 한번을 위해서 쌓인 너무 많은 자잘한 조각들을 주욱 보고 나니 짧은 여러번이 더 나을 것도 같아요 :-)
uj   09/02/14 16:10  
uu
titi   09/02/15 17:11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
Never   09/02/15 18:32  
바로 전 글에 비해 무지 빠른 시간 사이에 또 다른 새글이 올라왔네요 ㅎㅎ
한국에 오신지 얼마 안되서 다시 중국으로 가셔서 일을 하신다니 ㅠㅠ
저는 내심 miaan님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석해보면 재미난 내용이 있는 사건들에 대한 글을 쓰시진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며 블로그에 들어온답니다 :)
miaan님의 글들을 읽어보면 재미난 글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재일 재미난건 싸이 BGM에 관한 글이였어요.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고, miaan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싸이월드에 대해서는 분한 생각이 들지만 무지 재밌답니다 :)
그래도 저는 제 기대와는 다른 글이 올라 올지라도 언제나 miaan님의 블로그를 방문할거랍니다 ㅋㅋㅋ
그러면 중국에서 하시는 일 잘하세요 ㅎㅎ;;;
dd   09/02/16 10:38  
dd
titi   09/02/25 07:52  
저 미안님이 옛날 글에 남긴 삼행시 보고 삼십분째 웃고있어요... 간미연 삼행시^^
dyong   09/02/26 07:42  
너무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여전히 유쾌하고 멋지십니다. :-)

(':-)' 이런거 잘 안쓰는데 말입니다. 흐흐흐.)

사실 여기 있는 글을 죄다 읽느라 자정부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리네요.

아참, 예측하신대로 p모 공대의 학부 2학년생이 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방황? 하느라 장학금이 짤려서 환장하겠네요. 으악.
miaan   09/02/27 01:33  
/euning님.
하하. 왜 그럴까 .. 아무래도 글이 길기엔 저 비행이 너무 짧았던 모양입니다.
miaan   09/02/27 01:34  
/CPL weed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주력하시는 웹 브라우저를 바꾸셨다면 이 블로그에 적힌 제 글들의 레이아웃에 큰 변화가 있을텐데, 혹시 보기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IE와 Firefox 등 다른 브라우저들은 이 블로그의 스타일시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서 컴퓨터마다 각양각색의 결과를 내놓더라구요. 언제 날 잡아서 뜯어고치든가 해야 하는데 영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


저도 오래 전에 군대에 다녀왔고 제 오랜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대에 있던 시절의 저는 너무나도 불평과 불만만 늘어놔서 같이 술/커피/차를 마시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군대에서 배운 게 아주 많죠. 남들 얘기처럼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도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고 군대에 가기 전에도 전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듣고 보고 배울 게 아주 많았습니다. 군대에 관한 감상에 있어서도 weed님과 저는 한국의 고등학교들에 대한 감상처럼 일치하는 점이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 한 열 달 남으셨군요. 편히 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군대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아무 생각 안 하고 쉴 수 있는 시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miaan   09/02/27 01:34  
/홍차가좋아요님.
홍차가좋아요님께서 덧글을 남겨주셨던, 그리고 홍차가좋아요님과 제가 잊고 지나칠 뻔 했던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전 와이셔츠를 한 장 선물받았습니다. 요즘엔 강남역이나 명동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가면 STCO니 The Shirts Studio니 하는 값싼 셔츠를 파는 가게가 많이 생겼더군요. 전 그런 곳에 있는 셔츠와 타이들을 보면 대체 저런 건 누가 입고 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제 책상 위에 곱게 포장된 '그런 셔츠'가 놓여져 있는 걸 보고 적잖게 당황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있는 곳은 대단히 더우므로 그 셔츠는 지금 서울의 제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습니다. 전 언제쯤 그 셔츠를 꺼내 입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 날의 비행은 '히말라야에 관한 그 내용'을 위한 비행이 아니었고(제 단골 찻잎 가게는 네팔에 있고 중국에서 네팔로 넘어가려면 아주 골치아픈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전 히말라야에 가지 못했습니다만 .. 어쨌든 지금 제 손에는 히말라야 어쩌고라는 찻잎이 가득 든 봉지가 들려있습니다. 이거 진짜 맛있어요. 하하.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방법들에 대해서 고민은 좀 해 보셨어요? :-)


홍차가좋아요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짧은 여러번'은 정말 힘들어요. 어쩐지 하다 만 것 같아서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삼십 분에서 이틀 정도를 망설이다가 결국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그냥 매몰되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짧은 여러 번이 주는 이점들도 많으니 노력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주면 도망갈 곳도 없이 3월이에요. 기운 내세요. 저도 기운 낼게요 :-)
miaan   09/02/27 01:35  
/titi님.
네, 오랜만입니다. 헌데 전에 이 블로그에 덧글을 남겨주신 적이 있으셨던가요? 기억이 ..


간미연씨의 이름을 두고 만든 그 삼행시는 당시 제 친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삼행시입니다. 그게 1999년이었는지 2000년이었는지, 뭐 어쨌든, 고등학교 수학에나 나오는 말이긴 해도 저희는 삼성동의 한 술집에서 연속 연속 거리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고 놀았어요. 십여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저희들은 누군가가 재미없는 얘기를 하면 '유머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며 그 삼행시 이야기를 꺼내곤 한답니다.


titi님과 제 덧글을 읽고 나서 간미연 삼행시가 대체 뭘까?하실 분들을 위한 재탕:

                                    간단히 말해서
                                    미분 가능하면
                                    연속이다.
miaan   09/02/27 01:35  
/Never님.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될만한 일에는 뭐가 있을까 잠깐 생각을 해 봤는데, 신문은 매일 자극적인 뉴스들로 넘쳐나고 TV의 뉴스 아나운서는(비록 여기는 KBS밖에 안 나오지만) 비장한 표정으로 살인이니 경제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당장 제가 손을 댈 수 있는 이슈들은,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잔뜩 이야기를 써 놓고도 체포당하지 않을 이슈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여긴 한국이 아니랍니다(중국도 아니지만). 나중에 서울에 돌아가면 좀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miaan   09/02/27 01:35  
/dyong님.
남겨주신 글을 보니 잘 지내고 계신 모양입니다. 통나무집은 잘 있나요? :-)


dyong님의 말씀과는 달리 한 1년 만에 절 만난 제 친구들과 동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전 훨씬 더 비관적이고 음침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염세적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세상에선 비관적으로 사는 게 상당히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전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머리에나 앉아 사람들에게 축 처지는 얘기나 하며 지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까지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P모 공과대학교는 별다른 교외 장학금 없이도 학교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장학금 수여율, 등록금 반환율이 높고 교내에서 지원해주는 여러 가지 꼼수들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한두 주 책 좀 나르고 빈둥거리면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해 준다든가) .. 학부땐 방황 좀 하셔도 됩니다. 하하.
miaan   09/02/27 01:35  
/알파벳 두 글자 닉네임 여러분.
pp :-/
홍차가좋아요   09/02/27 02:18  
제가 덧글을 확인한 시각이 1시 45분 즈음이었으니, 어쩌면 동시에 접속한 상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에 괜시리 반가워집니다.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땐 만화책을 꽤 봤습니다(뭐,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의 '꽤' 입니다). 닳고 닳은 뻔한 사랑이야기보다 전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들이 훨씬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김전일이나 코난(초등학생 꼬마는 도로 돌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토끼나 아기가 나왔던 만화도 좋아했어요. 위에서 언급한 명탐정코난이라는 만화와 더불어 끝까지 못 읽은 만화 중 하나가 데스노트라는 만화입니다.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이것을 모방한 노트가 팔린다는 뉴스를 접하곤 굉장히 놀란 게 기억나네요. 어쨌든 3일 밤을 제대로 못 잔 저의 눈 밑의 검은 그늘은 데스노트라는 만화의 L이라는 캐릭터와 맞먹고 있습니다. 와. 기운 내라고 해주신 말씀이 몸과 마음 중 무엇을 염두하고 하신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을 본 타이밍이 정말 적절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제는 1시간을 자고, 어제는 (어디까지나 저의 기준에서) 전 날의 수면부족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4시간. 그리고 지금도 2시를 넘겼으니 4시간만 자고 일어나야 될 것 같습니다. 미인도 아니면서 잠이 많은 저에겐 정말 기운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잠이 부족하다면서 이러고 있는 저를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하.

말씀하신 가게들의 셔츠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는 보지 못해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렴한 셔츠가 필요한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miaan님께 잘 어울리기만 하다면 그게 10원짜리든, 10억짜리든 상관없을것 같아요. 음. 말해놓고 나니 10원짜리라면 조금 고려해봐야겠어요. 10원의 질이 아니라면 10원이 된 사연이나 경로, 뭐 그런 것들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거 진짜 맛있다'는 찻잎이 궁금합니다. 요즘 너무 자주, 또 많이 마셔서 저의 잠까지 방해하는 커피 대신 물과 차를 더 많이 마시기로 했어요. 물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차도 물 대신 마시려면 힘들더라구요.

으아. 벌써 2시하고도 훌쩍 지났습니다. 이런. 내일도 피곤에 쪄들어 있을 저의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 miaan님께서는 아직 한국이 아니신가봐요. miaan님께서 외국까지 나가셔서 하시는 일, 모두 다 척척 잘 되길 바래요. 기운 주셔서 감사합니다. miaan님도 힘내세요 :-)
   09/03/01 21:39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miaan   09/03/30 01:44  
/비밀 덧글 남겨주신 N****님.
한국에 없다고 해도 범죄인인도조약이나 형사사법공조조약같은 무서운 조약들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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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절 좋다고 따라다니던 여학생이 몇 명 있었어요.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그 시절엔 누구나에게 누구나가 연애의 표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의 한 토론회에서 밝혀졌듯이 전 겁이 너무나도 많고 놀 시간이 별로 없는, 일반적인 연애나 감정적인 게임에 부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떤 제스추어도 보여주지 못했죠. 더군다나 어릴 때 전 애덤스Douglas Adams Outside Link의 열렬한 팬이었으므로 그런 복잡한 게임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일입니다. 제가 예의와 사회적인 통념에 들어맞는 표현을 해 주었었더라면 그들도 시간과 노력을 아껴서 보다 실현 가능한 시도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아, 이런 사과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


여하간,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들 중 어떤 친구들은 자신들의 '새 남자친구'를 제게 소개시켜 주기도 했고 또 어떤 친구들은 뜬금없이 그들의 마음 속에서 절 정리했다며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마지막 인사adieu를 하기도 했죠. 그땐 그들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치만 지금은 좀 알 것도 같아요. 그들이 절 좋아하느라 허비한 시간은 그들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비록 내 황망하고 당황한 표정이 꽤 보기 힘든 것이긴 했어도 그게 그들의 시간과 관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어쨌든, 내 개인적인 통계에서 그들의 그 '긴 시간'은 일 년 정도였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작은 차이 Outside Link는 있었지만요.


전 여러분들께 그런, 일 년도 넘는 긴 시간을, 제 응답을 기다리는 데 허비하도록 해 드렸습니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언제쯤 새 글을 올리겠다는 기약이라도 있었더라면 여러분들께서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기다리실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란 사람이 워낙에 무신경하고 게으른 탓에 그렇게 해 드리지도 못했어요. 어릴 적 보던 만화잡지의 만화가 한두 회만 연재를 쉬어도 저는 만화가의 게으름을 두고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렇게 참을성 없이 다른 사람들의 가벼운 게으름에 대고 욕을 해 놓고선, 결국 저는 여러분들께 아주 큰 폐를 끼쳐 버렸죠.


사실 블로그에 올리려고 써 놓은 글들은 있었지만 전 이 블로그를 열 때 여러분들께서 남겨주시는 덧글에는 빠짐없이 답을 드리겠다는 원칙을 세웠었기에 답을 드리지 않고서는 써 놓은 글들도 공개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고속버스를 타고 한국을 돌아다니면서 덧글들에 대한 답들도 다 작성했으니 곧 새 글들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곳은 익산 인터체인지 부근을 지나는 동양고속 Outside Link의 우등 고속버스 18번 자리입니다.


지난 해 저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손목시계를 하루에 팔만 몇천 번 씩 흘끗거리며 지구의 공항들을 들락거렸죠. 성의없이 아무 데나 도장을 꽝꽝 찍어대는 인천공항(RKSI/ICN Outside Link)의 출입국심사원들 덕분에 여권은 너덜거리고 .. 하늘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는지, 아니면 땅을 딛고 있던 시간이 길었는지 이젠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곁에서 지켜봤다면 분명히 정신나갈 정도로 바빠 보이긴 했을 거에요. 하지만 그건 적절한 핑계가 되지 못합니다. 전 인도차이나의 한 호텔에서, 높은 천장에 붙어 빙글빙글 도는 선풍기의 초당 회전수를 재는 쓸데없는 짓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올해부터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전 최근에 너무 안일하고 무계획하게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친구는 시간 관리를 위한 상품인 프랭클린 플래너 Outside Link라는 제품을 권했는데, 십 년쯤 전에 선물받은 걸 써 본 결과 그런 플래너는 쓰다 보면 대체 내가 왜 플래너랑 이런 씨름을 해야 하지? 라는 의문에 빠지고, 그 의문의 결과로 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효과 외에는 긍정적인 용도를 전혀 찾을 수 없었기에 그런 물건을 들이는 건 그만두었습니다.


올해도 제 옆에는 빨간 몰스킨Moleskine Outside Link의 수첩이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몰스킨의 수첩을 사 본 적이 있으실런지 모르겠군요. 이 수첩을 사면 맨 첫 페이지에 '이 수첩을 찾아주시는 분께는 사례로 $____를 드립니다'란 말이 적혀있어요. 전 이 회사의 수첩과 공책들을 이십 년 가까이 써 왔지만 수첩을 잃어버릴 일도 없고 $____와 같이 큰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되찾아야 할,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계획이나 기록은 그곳에 적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번도 저 빈칸을 메워 본 일이 없습니다. 십수 년이 다 되도록 저 빈칸은 그냥 $____로 남아있었어요. 벌써 2009년이 온지는 한 달도 넘었지만, 지금이라도 전 저 빈칸을 채워 볼까 합니다. 전 계획과 기록을, 아무리 그것들이 사소할지라도,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은 그 계획과 기록들의 가격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 생각을 해 봤는데 이 블로그의 가격은: 적어도 제게는 아주 높은 수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제 블로그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앞으론 잘 할게요. 또 잘 부탁드려요.



Never   09/02/07 10:08  
오랜만(?)에 읽는 새글이네요 ㅎㅎ
정확히 말하자면 miaan님의 블로그를 방문한 이후
처음 올라오는 글이네요 ㅋㅋㅋ
여튼 방금 miaan님의 댓글과 새로 써 놓은 글을 읽었는데,
역시나 읽을때마다 무언가 동감되고 깨닫는게 있네요 ㅎㅎ
2009년에는 miaan님의 바람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셨으면 좋겠네요 ㅎㅎㅎ
그러면 블로그에 글도 자주 올라오겠지요?ㅋㅋㅋ
자주 놀러올게요~ㅎㅎ
홍차가좋아요   09/02/07 22:18  
어이쿠, 오랜만의 포스팅이에요. 돌아오셔서 기뻐요, miaan님 :-)
asteria   09/02/08 12:25  
'죄송했습니다' 씩이나.. 행여 앞으로 잘 못하더라도 대놓고는(!) 뭐라 할 사람 없을테니 걱정 마시길- 하여간 컴백 포스팅을 축하합니다 miaan님. ^-^
euning   09/02/08 23:47  
가끔 보면 miaan님은 이상한데서 겔름 부린다니까요 :-)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1년간의 겔름을 다 메꿔버리면서 말이예요.
으흐흐. 어찌됐든 다시 보니 엄청 좋군요~*
rudeness   09/02/09 11:06  
역시나 반가운 글입니다. 쉬지않고 읽어내렸는데 오랜 시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금방 공감할 수 있었어요. 요즘에는 뭐 경기가 않좋다고,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도 바쁘게 지내실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자주 뵐 수 있길 바래요.
so2milk   09/02/12 15:46  
즐겨찾기 리스트에서 삭제하지않고 혹시나 하며 들어왓었는데..엄머나..새로운 포스팅이네요. 너무반가워요. 흑~. 이제 자주 포스팅해주세요~마니 궁금해 했답니다.*^^*(저도 빨간색 몰스킨을 구입했어요. 올해는 열심히 써볼려구요.. ㅎㅎ)
miaan   09/02/13 02:12  
/Never님.
뭔가 여러모로 뜨끔한 덧글을 남겨주셨군요. 앞으로는 이 블로그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 일 년동안 내팽개쳐두고 나서 새 글을 올리려고 보니 참 느낀 바가 많았답니다 :-)
miaan   09/02/13 02:12  
/홍차가좋아요님.
기뻐해주시다니, .. 정말이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참, 전 좀 전에 2호선의 신도림행 열차를 타고 있었는데 모 대학교 앞 역에서 타셔서 제 앞에 앉아계시던 분께서 모 대학교 도서관의 관인이 찍힌 책을 들고 계시더군요. 혹시나 했는데 저와 같은 역에서 내리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오늘은 좀 잘못 넘겨짚었지만 앞으로도 지하철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게요 :-)
miaan   09/02/13 02:12  
/asteria님.
너도 알다시피 나는 사람들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말들을 듣는 아주 곤란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능력은 내가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이 블로그에 들어왔다가 새 글이 없어 그냥 돌아가는 분들의 불평과 불만을 듣게 해 주기도 하지요. 난 지난 한 해 동안 소리없는 불만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못 한다면 난 더 많은 불만을 접하게 될 겁니다 :-0


좀 전에 전화한 결과 넌 아주 해괴한 곳에 있다고 하는군요. 문명 사회로 돌아오면 전화하세요.
miaan   09/02/13 02:12  
/euning님.
우린 지금 '겔름'과 '디디하다'와 '꼬롬하다'에 관해서 얘기중이죠 :-)


네, 겔름은 그만둘게요 ..
miaan   09/02/13 02:12  
/rudeness님.
바빠도 먹을 건 먹어야 합니다. 양꼬치도 먹어야 하고 곱창볶음도, 편육도 먹어야 하죠. 토스트와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 그리고 비타민제만으로는 견디기 힘들군요. 지난번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음주는 좀 무리일 것 같고 .. 어쨌든 조만간에 뭐든 먹도록 합시다.


그나저나 요즘엔 너도 참 바빠졌죠. 전처럼 자주 놀 수 없어서 좀 심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네 얘기처럼 요즘은 바쁘다는 게 희소식인 하수상한 세월이니 서로 잘 견뎌봐요. 입도 조심하면서 말이죠 :-)
miaan   09/02/13 02:12  
/so2milk님.
근 2년만이세요. 잘 지내셨나요? 전 아직도 서울역 앞 게이트웨이 빌딩에 있는 쌀국수 가게에 가보지 않았고 대신 그동안 베트남엘 세 번(네 번인가?) 갔었습니다. 지금 당장 쌀국수 생각이 간절하지 않은 걸 보면 그동안 충분한 양의 국수를 먹어온 것 같아요.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전 또 하노이에 보내 달라며 생떼를 쓰기 시작할 겁니다.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


최근 이 블로그의 접속 통계를 살펴보니 많은 분들이 즐겨찾기 폴더나 RSS 리더에서 제 블로그 항목을 삭제하셨나봐요. 안타까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한 해 동안이나 빈둥거렸으니,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so2milk님처럼 기억하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역시 그만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par)Terre   09/02/15 00:27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
건강하시죠?
miaan   09/02/27 01:33  
/(par)Terre님.
네, 물론 건강합니다. 며칠 전 낚시를 하다가 넘어져 물에 빠지는 난리에 팔에 작은 상처가 나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전 아주 건강한 상태입니다. (par)Terre님은 지난 한 해 어떻게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 정신이 없고 일들이 쉴 새 없이 터져 제 블로그는 물론 웹에서 알게 된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도 한동안 가 보질 못했어요. 그러는 동안 (par)Terre님께는 아주 좋은 일이 있으셨던 것 같네요. 새로운 가족의 탄생에 즐겁고 기쁜 축하를 드립니다. 왠지 입으로만 드리긴 아쉬우니 혹 언젠가 정말 저와 어묵과 일본술을 같이 할 일이 있으면 계산은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
norm   09/04/16 10:13  
'작은 차이'에 쌍뻬의 책을 링크하시는 센스!!! 글솜씨도 그렇고... 감탄만 하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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